분류 전체보기
-
룻기강해 20. 낯설게 하기룻기 강해 2024. 2. 17. 16:29
20180729 룻기 4장 13~17절 지난 한 주 동안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많이 우울했습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죽음이라는 개념은 삶 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는 곧 죽어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지금 오십 몇 년을 살고 있습니다. 그 말은 제가 오십 몇 년을 죽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단 한 순간도 내 곁에서 떨어질 수 없이 붙어 다니지만,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것, 늘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싶은 것, 바로 죽음입니다. 2007년 4월, 늦은 나이에 목사안수를 받고, 첫 번째 주일예배가 끝나고 바로 가까운 곳의 산 속에 있는 수양관으로 올라 갔습니다. 안수식까지의 몇 주 동안 많이 긴장했고 피곤했기 때문..
-
룻기강해 19. 기적과 섭리룻기 강해 2024. 2. 17. 16:19
20180722 룻기 4장 13~17절 어린시절, 동네 골목길의 전신주들에서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 전단지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전단지에는 대부분 이런 글귀가 들어 갑니다. “와 보라! 기적을 체험하는 밤. 능력의 종, 불의 종!” 이 보다 더 유치한 전단지도 있습니다.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기적을 체험하라!” 그런 부흥회는 대부분 3일을 합니다. 새벽, 낮, 밤 하루 세 번씩 하는데 가장 화끈한 시간은 뭐니뭐니 해도 밤입니다. 부흥회를 인도하는 목사들은 대부분 듣기에 참 거북한 쇳소리를 냅니다. 그런 목소리를 듣고 성도들은 ‘참 은혜스럽다’라고 합니다. 제가 부흥회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게 된 첫 번째 요인입니다. 그 분들은 설교할 때, 최대한 허스키한 소리를 내려고 심지어 쇠..
-
룻기강해 18, 세 여자 이야기룻기 강해 2024. 2. 17. 16:12
20180715 룻기 4:9-1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어보셨습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박경리의 토지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잊혀지지 않을만큼 기념비적인 유산입니다. 토지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무려 700명이 넘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서희나 길상이 정도만 주인공으로 기억하지만, 15권의 책 속에서 700 명의 인물들은 크고 작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토지처럼 긴 소설을 일컬어 ‘대하소설’이라고 부릅니다. 그 길이가 큰 강과 같다는 뜻이지요. 그렇습니다. 토지는 정말로 끊임 없이 굽이쳐 흐르는 큰 강과도 같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서 최참판댁이라는 한 가문의 이야기가 서 있지만, 그 집안이 역사와 함께 몰락해 가고 사라지려는 위기와 다시 그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 속에서 박경리 선생..
-
룻기강해 17. 주연과 조연룻기 강해 2024. 2. 17. 09:38
20180708 룻기 4:9-12 단 4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성경 룻기에는 분량 만큼이나 등장인물도 아주 간소합니다. 주요 주인공은 나오미, 보아스, 룻 세 사람 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나오미입니다.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룻기로 알려져 있지만, 이야기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결말까지 사실은 나오미가 가장 정점에 서 있습니다. 룻은 시종일관 시어머니 나오미의 그늘에 가려져 있습니다. 이야기 전반에서 그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딱 한 번입니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와서 먹을 것이 없이 굶주리게 되자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이삭을 주우러 가겠노라고 결심하고 들로 나간 일입니다. 타작 마당에서 보아스를 만나는 극적인 사건은 모두 나오미 연출, 룻은 배우로 등장할 뿐입..
-
룻기강해 16. 귀 기울이기룻기 강해 2024. 2. 17. 09:35
20180701 룻기 4:1-8 한국 축구가 독일을 이겼습니다. 비록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면서 명실공히 세계 최강 팀 중의 하나인 독일을 한국이 이겼다는 사실은 더구나 두 골이 모두 경기 종료 직전에 터졌다는 것이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듯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2016년 말 이후로 계속되는 드라마를 써오는 것 같습니다. 사건들 마다 극적이고 감동적이며 열광하기에 충분합니다. 마치 그 동안 쌓여있던 체증을 한번에 밀어내려는 듯, 한민족의 핏줄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가 몰두하고 있습니다.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역시 최대의 이변이었던 사건은 개최국 한국이 4강에 진출한 사건이었습니다.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에서 ..
-
룻기강해 15. 안식을 위해 안식을 포기하다룻기 강해 2024. 2. 12. 18:39
20180624 룻기 3:14-18 오늘도 예배를 통해 안식 얻기를 원하시는 여러분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참 된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시간에도 누군가의 쉼을 위해서 자신의 쉼을 포기한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기원합니다. 혹시 이 사진 기억하십니까? 몇년 전 터키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알라인 쿠르디라는 두 살 난 소년의 사진입니다. 우리도 예배 전에 저 소년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내전으로 폐허가 되고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는 조국을 떠나서 한 자락의 쉼이라도 누리기 위해서 바다를 떠돌다 배가 뒤집혀 시신으로 남의 나라 해변까지 떠밀려 온 가엾은 소년이 입고 있었던 옷과 신발은 이틀 전에 아빠가 생애 처음으로 사..
-
룻기강해 14. 헤세드와 희생룻기 강해 2024. 2. 12. 18:32
20180617 룻기 3:1-5 오늘 우리는 룻기에서 최대의 고비를 맞이 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룻은 고향 모압 땅에서 이민자 가정, 즉 외국인 노동자 가정으로 시집을 왔으나 그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 버렸습니다.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남편의 형제, 그러니까 집안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어버리고, 졸지에 과부 셋만 남았습니다. 절망과 탄식 끝에 시어머니는 고국으로 역이민을 결정하고 며느리들에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가서 새 출발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수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뜻 밖에 룻은 시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고향과 집을 떠나기로 결정 했습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런 결정에 이르게 했는지 저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의 결심이 얼마..
-
룻기강해 13. 5월의 삼위일체 주일룻기 강해 2024. 2. 12. 18:14
몇 년 전, 한 자매님이 예배가 끝나자 저에게 물었습니다. “해마다 5월에는 왜 검은 셔츠를 입으세요?” 아마도 그 자매가 보기에도 일년 중 가장 화창하고 쾌적한 브리즈번의 5월에 검은 셔츠를 주일마다 입고 오는 저의 모습이 이상했나 봅니다. 저의 대답은 이것입니다. “5월에는 유난히 추모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 주변 모두가 싱그럽고 그 생명력을 발산하는 5월입니다. 오죽했으면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웠겠습니까? 북반구의 5월은 꽃이 흐드러지고 바람도 개운합니다. 옷도 가벼워지고 얼굴에 활기가 넘칩니다. 우리는 비록 남반구에 살고 있지만, 어찌보면 여기서도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그리고 날씨는 이보다 더 화창할 수 없는 환상적인 계절입니다. 이런 5월에 우리 역사는 우리 기억과 몸에 숱한 상처와 슬..